[경제기사야 놀~자] 뱅크런은 무엇이고 어떻게 막을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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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사야 놀~자] 뱅크런은 무엇이고 어떻게 막을 수 있나요

  •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입력 : 2011.08.25 22:04
저축銀, 실적 나오는 8월 '2차 쇼크' 비상 

"추가 부실이 얼마나 나올지 우리도 모른다. 지금은 작은 불신도 뱅크런(bank run·예금인출사태)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금융당국 고위관계자) 오는 8월 저축은행들의 2010년 회계연도(2010년 7월~2011년 6월) 결산 발표를 앞두고 정부 내에서 저축은행발(發) 2차 쇼크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올해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된 기사가 여러 차례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뱅크런(bank run)이라는 말도 자주 나왔습니다. 뉴스를 보면 뱅크런이라는 말이 예금의 대량 인출 사태를 의미한다는 정도는 알 수 있죠. 그러나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경험했듯 일단 뱅크런이 발생하면 단순히 특정 금융회사의 차원을 넘어 해당 금융업종, 그리고 심한 경우 금융시스템 전체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경제에 심각한 충격을 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은 '뱅크런'이란 무엇이고 왜 발생하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뱅크런은 무엇인가요

뱅크런이란 은행을 뜻하는 'bank'와 달린다는 의미의 'run'이라는 두 단어가 합쳐져 만들어진 합성어입니다. 문자 그대로 예금자들이 은행에서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몰려드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죠. 예금을 맡긴 은행에 무슨 문제가 생겨 파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예금자들이 서로 먼저 돈을 찾으려고 은행으로 뛰어가는 모습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뱅크런이 꼭 은행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저축은행, 신협, 새마을금고 등 예금자들의 돈을 받아서 운용하는 모든 금융회사에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뱅크런은 은행이 심각하게 부실해질 때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부실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은 경우에도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정보부족 때문입니다. 예금자들이 은행의 경영상태를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은행이 부실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돌든가, 아니면 우려 섞인 '예측'만 나와도 많은 예금자들이 예금을 인출하기 위해 은행으로 몰려들 수 있습니다.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들면 은행은 파산할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은행은 통상 예금자가 맡긴 예금 중에서 일정 비율(지급준비율)만큼만 예금지급을 위해 남겨 놓고 나머지는 대출을 하든가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갑자기 은행이 준비해 놓은 자금 이상으로 예금인출 요구가 몰리면 은행은 대출을 회수하거나 주식·채권을 팔아서 이에 대응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은행은 당장 예금자에게 내줄 돈이 부족해질 경우 파산할 수 있습니다.

뱅크런의 무서운 점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은행이 부실해질지도 모른다는 소문만 돌아도 실제 부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은행이 파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뱅크런은 전염성이 강합니다. 한 은행에서 뱅크런이 발생하면 다른 은행에 예금한 예금자들도 괜히 불안해져서 자기가 예금한 은행의 부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한꺼번에 예금인출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많은 은행들이 한꺼번에 파산하면서 결국 금융시장은 공황상태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어떤 뱅크런이 있었을까요

미국 금융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뱅크런은 1907년에 니커보커 신탁회사(Knickerbocker Trust)에서 발생했습니다. 당시 니커보커는 뉴욕에서 세 번째로 큰 신탁회사였는데, 소유주가 구리 투기에 나섰다가 실패하자 은행들이 니커보커의 수표를 받지 않기로 결정하였습니다. 그러자 이 소식을 들은 니커보커의 예금자들이 돈을 찾기 위해 일시에 몰려들면서 뱅크런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뱅크런이 옛날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최근 들어서도 여러 나라에서 심심찮게 발생하였습니다. 그 가운데 유명한 사례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관련하여 지난 2007년에 발생한 영국 노던 록(Nothern Rock) 은행의 뱅크런입니다. 당시 노던록은 영국 5위의 모기지은행으로 대출자산도 건전했고 수익성도 높았으며 자기 자본도 많이 확보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아무도 노던록이 경영위기를 맞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자금조달 부문에서 발생했습니다. 노던 록은 주택대출이 크게 늘어나자 예금만으로는 자금을 충분히 충당하기 어려워 단기 금융시장에서 많은 자금을 조달하였습니다. 그런데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부실 사태로 금융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시장에서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등을 갚지 못하면서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이로 인해 뱅크런이 발생했는데 2007년 9월 14일부터 단 3일 만에 전체 예금의 8%인 약 20억파운드, 우리 돈으로 약 3조7000억원이 인출되었습니다. 이렇게 되자 뱅크런이 다른 은행들로 확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예금을 전액 보호하겠다고 발표하여 사태를 진정시켰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일부 저축은행에서 뱅크런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금융시장 전체로 확산되지는 않았습니다.

뱅크런을 막기 위한 장치는 무엇일까요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뱅크런은 은행이 실제로 부실하지 않아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은행이 부실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서로 먼저 자기 예금을 찾으려 할 것이고 그러면 멀쩡하던 은행도 파산하게 됩니다. 이러한 상황은 도미노 현상처럼 순식간에 다른 은행으로 확산되어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를 막으려면 은행이 파산해서 예금을 모두 잃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해소해줄 제도가 필요합니다. 뱅크런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예금보험제도입니다. 한국은행은 시중 금융기관이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하여 예금을 내주기 어렵게 되는 경우에 긴급자금을 빌려줍니다. 이를 중앙은행의 '최종대부자 기능'이라고 합니다. 은행이 부실해져도 돈을 찍어내는 한국은행이 자금을 공급해 준다고 하면 예금자들이 불안감을 크게 느끼지는 않을 것입니다.

예금보험 제도는 은행이 파산할 경우 예금보험기관에서 예금의 일정금액을 예금자에게 지급해 주는 제도입니다. 은행이 파산해도 예금자들이 일정 금액의 예금을 돌려받을 수 있으면 예금자들의 불안감이 다소 누그러들어 뱅크런이라는 파국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죠. 우리나라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은행이나 저축은행 등 예금을 받는 금융회사로부터 예금 중 일정비율을 예금보험료로 받아 이들이 파산할 경우 예금자 1인당 5000만원 한도로 예금보험금을 지급해 줍니다. 이런 안전판이 마련되어 있다 하더라도 은행이 경영을 잘못해 부실해지면 뱅크런이 발생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금융시스템이 붕괴하여 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은행의 건전경영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 지급준비율

은행이 예금자들로부터 예금을 받으면 은행 금고에 넣어두는 것이 아니라 대출을 해주거나 채권이나 주식을 사면서 운용합니다. 은행은 이렇게 수익을 냅니다. 그런데 은행이 예금을 모두 투자해버리면 예금자들이 예금인출을 요구할 때 돈을 내줄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은행은 예금 중 일정한 비율을 예금지급에 대비해서 한국은행에 예치해 놓는데, 이 비율을 지급준비율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은행의 지급준비율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하며 그 비율은 예금의 종류별로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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